서론
“과연 내가 2주에 한 번씩 글을 작성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지원 마감 날까지 이어가다 결국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면 ‘꾸준함’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믿습니다. 이미 여러 가지 루틴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기에, ‘글또’를 또 하나의 루틴으로 추가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해봤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글을 많이 써본 적은 없지만, 올해 들어 여러 이유로 혼자 메모장에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면 일시적으로 머릿속이 정리되는 효과가 있었고, 무엇보다 시간이 지난 후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아, 내가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고 회고하는 역할도 하더군요.
예전에는 “지금 당장 달리기도 바쁜데 언제 글을 쓰겠어?”라는 생각이 강했다면, 요즘은 “지금부터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조금씩 글로 정리해두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글또’는 이러한 습관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될 거라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2주에 한 번 정도는 기존의 루틴을 잠시 멈추고, 그동안 경험했던 것들, 공부했던 것들을 글로 정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글또 10기’에 지원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하는 사람
저는 어렸을 때 전형적으로 엄마 말씀을 잘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고, 그저 막연히 미래에 성공하기 위해서라고만 여겼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우즈베키스탄에서 약 3년간 머무르게 되었죠.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친듯이 좋아하는 경험”을 해본 것입니다. 이 경험이 제 인생관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고등학교 10학년 때 처음으로 ‘Personal Project’라는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는데, 말 그대로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정해 한 학기 동안 연구하거나 작품을 만드는 과목이었습니다. 당시 저에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주제를 정하는 것이었어요. 이전까지는 그저 해야 하니까 했지, 스스로 원해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방황 끝에 IT 수업에서 배웠던 포토샵이 떠올랐습니다. 포토샵 작업이 재미있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었고, 부모님 몰래 하던 비디오 게임을 엮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던 중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게임 잡지를 발견했고, 순간 ‘이거다!’ 싶었습니다. 게임도 합법적으로 즐기고, 포토샵도 활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한 학기 동안 게임 잡지를 만들며 처음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떤 일에 몰입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정말 즐겁게 작업했고, 마침내 결과물이 나왔을 때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이 경험은 제 인생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비록 그 당시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나중에 커서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죠. 물론 이후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다시 공부에 찌들긴 했지만, 그때의 경험은 여전히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으며, 아직도 그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범위는 점점 좁혀지고 있죠. 대학교 전공을 선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저는 꾸준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걸어왔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선택과 시도,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그 중 몇 가지 경험을 잠깐 소개해보겠습니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저는 건축학을 전공했습니다. 원하는 건물을 디자인하고, 모형을 만들며 그곳에 살 사람들을 상상하는 과정이 참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잠시였고,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설계 과목을 수강하면서 내가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건축이 흔히 여러 학문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디자인에만 흥미가 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순수하게 디자인에 집중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훈련소에 입소한 첫날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역하는 날, 저는 곧바로 미술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이번에는 건축물이 아니라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하루 10시간씩 제품을 그리면서, 힘들긴 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면서, 그 제품이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줄 모습을 상상하는 과정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입시라는 현실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는 기계적으로 디자인을 반복하게 되면서 흥미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목표했던 대학 편입에 실패하자 “이제 무엇을 해볼까?”라는 고민이 찾아왔습니다.
지금까지 하드웨어를 만들어왔으니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Google UX Engineer 김종민님의 웹 인터랙티브 작품을 접하게 되었는데, 누구나 자신의 디바이스에서 작품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은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었고, 바로 개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개발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속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물이 완성되어 사람들이 살기까지는 적어도 10년이 걸리고, 제품을 디자인해 양산하기까지도 몇 달이 소요되지만, 소프트웨어는 몇 초, 몇 분, 혹은 몇 시간 만에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내가 만든 기능을 사용자들이 즉시 사용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는 과정은 정말 신선하고 흥미로웠습니다.
그 후, 단순히 기능을 만드는 것을 넘어 **서비스 전체를 제공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SW 마에스트로 대외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여 배포한 후, Amplitude를 통해 사용자들이 유입되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온몸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짜릿한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프론트엔드 개발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백엔드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특히,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면서, 단순한 사용자뿐만 아니라 개발자라는 또 다른 사용자를 위해 개발하는 일의 즐거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개발을 통해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길을 계속해서 찾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