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

이번 회고는 mangrove 고성 이라는 곳에서 진행하였다.

2023년 회고 글을 velog 로 부터 이전하면서, 작년에도 이맘때쯤 회고글을 작성한 것을 알았다. 24년도 어김없이 (감사하게도) 수많은 일정에 치이다 25년 1월 중순에야 작성하게 되었다.

들어가기 전에

2024년에는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1월 초 스타트업에 입사하고 24년의 마지막 날 퇴사하기까지… 정말 다사다난한 해였다. 솔직히 마음 속으로는 정말 잘 안풀리는 해인 것 같아 낙심을 한적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돌아보면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있어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선, 24년에 무엇을 했는지 나열하기 전에, 내가 어떤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액션을 취했는지, 이를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 24년에 일어난 주요 이벤트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성장과 도전이다. 나는 기술적 성장에 너무 굶주려 있었고, (이유는 2023년 회고 마지막 부분에…) 이러한 결핍을 해소할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각오가 되어있었다.

성장에는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1. Frontend 깊이 파기, 2. Frontend 를 벗어나서 Backend 등 다양한 분야 경험하기. 사실 한 가지만 제대로 달성하려고 해도 1년이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올해는 어쩌다보니 두 방향으로 모두 조금씩 시도하게 되었다.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제부터 적어보려 한다.

Syncly 합류와 퇴사

올해 초 Syncly 라는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었다. 당시 나름 인지도 있는 규모가 있는 다른 회사에 최종합격을 한 상태였지만, 많은 고민 끝에 Syncly 를 선택한 이유는 1. YC 배치를 졸업했고, 2.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다보니 YC 는 내 로망이었고, 여기를 졸업한 팀은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하길래 그렇게 빠르게 성장하는지, 그리고 내가 경험했던 스타트업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회사가 글로벌로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도 굉장히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분명 지금까지와 다르긴 달랐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몇가지를 적어본다.

우선, 목표가 확실한 조직이다.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세워 매 분기마다 현재의 매출 상황, 목표까지의 달성도,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어떤 페이스로 달려가야하는지 모든 팀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되었고, 역으로 팀원들이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 목표가 왜 나에게 중요할까? 목표는 내가 현재 이 일을 왜 하는 지 명확한 이유를 제공한다. 나는 일을 할 때 이 일을 왜 해야하는지, 그리고 일을 통해 어떤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스스로 납득해야 한다. 이 과정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나는 동기부여를 크게 잃는다. Syncly 는 하나의 스펙을 진행하기 전에 이 스펙을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왜 이 스펙이 다른 스펙보다 우선시 되어야하는지 등 실제 고객의 목소리, VOC 빈도 등 정말 다양한 증거를 들어가면서 일을 해야하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물론, 데드라인은 항상 턱없이 부족했지만 힘들게 만들고 고객들이 잘 사용하고 있다라는 소식을 건너들으면 뿌듯했다.

둘째, 팀원들의 능력과 몰입도. 이 회사는 투자 규모에 비해 팀원 수가 턱없이 적다. 아직 시드 단계지만 꽤나 많은 금액을 투자 받았고, 비슷한 금액을 받은 다른 스타트업과 비교했을 때 전체 인원수가 1/3 이하다. 그만큼 한명 한명이 조용히 2~3 인분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고, 덕분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배움을 얻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회의할 때였다. 살면서 이렇게 생산적인 회의는 경험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스펙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에 앞서 PM, 디자이너, 개발자 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한다. 이때 각자 분야의 관점에서 계급장 때고 거리낌 없이 의견을 제시한다. 가끔은 “와 저런 말도 해도 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응이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솔직한 의견들이 개발이 끝나고 뒤늦게 나온다면, 일을 두 번해야하기에 어떻게 보면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모두의 시간을 아껴준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해왔다. 그래서 남에게 쓴 말이나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웠고, 반대로 내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처를 많이 받았다. 한때 그래서 내가 예민한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선을 넘은건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 스스로가 한층 성숙해질 수 있었다.

셋째, 원하는 만큼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내가 Syncly 에 합류한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한 2. Frontend 를 벗어나서 Backend 라는 성장 기회를 달성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Frontend Engineer 로 입사를 했지만 분야에 종속되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입사 후 얼마되지 않아, 나는 Backend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CTO 님께 말씀드렸다. 본래 Frontend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주말 및 개인시간을 활용해서 Backend 레포지토리의 작은 부분부터 기여하고 싶다라고 정중히 말씀을 드렸고 이를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덕분에 나는 뛰어난 Backend 엔지니어의 과외 못지 않은 1:1 관리를 받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그만한 스펙의 Frontend 및 Backend 를 모두 혼자 도맡아 진행할 기회도 갖추었다. 팀원 한명 한명의 리소스가 소중한 스타트업에서 이러한 기회는 정말 흔치 않는 파격적인 복지라고 생각하고, 이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왜 나는 떠나는 것을 선택했을까? 자잘자잘한 여러 이유가 있지만,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만 적는다. 하나는 때가 되면 적는 걸로…

큰 조직이 일하는 방식을 경험하고 싶었다. 특히 많은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지금이야 프론트엔드 2~3명이서 일해왔지만, “큰 곳에서는 어떻게 일을 할까?” 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 컸다. 그리고 어쩌면 나와 굉장히 잘맞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Yorkie 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면서, 하나의 기능이 merge 되기까지 메인테이너분들과 소통하고, 리뷰하고, 테스트 코드 작성하고 하는 과정들이 너무 재미있었고, 유의미하다고 느껴졌다. 지금까지 빠르게 만들줄만 알았다면, 하나를 만들어보더라도 제대로 만들어보는 것에 관심이 많아졌다.

NEXT STEP

회사가 거의 10 to 10 이었음에도, 성장은 멈출 수 없었다. Next Step 은 24년 회사 밖에서 시도한 첫번째로 도전이었다. (NEXTSTEP에 참여하게 된 이유) 자동차 경주와 같은 정말 간단해 보이는 미션을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나름 1. Frontend 깊이 파기 을 조금이라도 경험해보지 않았나 싶다. 남는 시간이 출근 전 한시간, 퇴근 후 한시간, 그리고 주말 밖에 없어 항상 빠듯했지만 회사에서 못다했던 기술적 고민들을 실컷 해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과정이 끝나고,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는 오히려 극에 달했다. 이제 조금 뭔가 알거 같은데, 이대로 끝내기가 아쉬웠다. 이때 한창 새로운거 할 거 없을까 인터넷을 틈만 나면 뒤지고 다녔는데, 얼마있지 않아 운좋게 발견한게 OSCCA 라는 프로그램이었다.

Yorkie에 기여하기

Yorkie 에 기여한 것은 단연 24년에 가장 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전부터 오픈소스에 기여를 해보는 것을 버킷리스트처럼 마음에만 품고 살았는데, 어느 날 OSCCA 라는 프로그램에서 오픈소스의 메인테이너분들과 함께 기여에 도전할 수 있다고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원했다. 많고 많은 프로젝트 중에 Yorkie 를 선택한 이유에는 사연이 있다. 과거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과정에서 기업 연계로 Yorkie 를 활용하여 실시간 협업 화이트보드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당시 눈독만 들이다가 결국 여러 이유로 다른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는데, 그 때의 한이 남아있었다.

모든 것이 그렇듯 항상 처음이 가장 어렵다. 오픈소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거대한 코드베이스에 어떤 부분을 기여할지 몰라 시작조차하기 힘들다. Yorkie 팀의 가장 좋았던 점은 멘티들을 성공적으로 컨트리뷰터로 안착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온보딩 프로세스를 갖추었던 것이다. 기여를 위해 알아야하는 지식들을 알려주는 세션들도 많았고, 심지어는 멘토분들이 1:1로 달라붙어, 관심 분야에 대한 issue 를 배정하고 관리까지 해주셨다. 무엇보다 내가 오픈소스 기여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최대한 작은 이슈(나의 경우 코드 한 줄 가량만을 수정)를 통해 main 브랜치에 머지되기까지의 full 기여 사이클을 최대한 빠르게 경험하는 것이었다. 핵심은 작은 이슈를 선택하는 것인데, 이 부분이 가능했던 것은 이미 멘토분들이 난이도 및 분야별로 이슈들을 분류(Triage) 해두었기 때문이었다.

오픈소스에 기여하면서 가장 성취감을 느꼈던 때는 나의 PR 이 main 브랜치에 머지될때였다. 지금까지 내가 일했던 곳은 형식상의 리뷰만 존재했는데, 이렇게까지 main 브랜치에 머지되는게 힘든일인 줄은 몰랐다. 대충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구현하면서 아리까리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따로 PR 내 코멘트로 남겨두었지만, 메인테이너분들은 내가 놓친 부분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리뷰를 남겨주셨다. 맨날 나 혼자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에 익숙해져, 가끔은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곳에서는 정말 사소한 이슈일지언정 모두가 진심을 다해 의견을 주셨고, 이러한 과정이 마치 꿈만 같이 느껴졌다. 또한, 문서화와 거리가 멀었던 나는 Yorkie 프로젝트를 통해 문서화를 배웠다. 평소 성격이 급해 적고 있을 시간에 담당자에게 직접 물어보자라는 마인드였기에, 초반에는 문서화 과정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글을 통해 내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해야 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오히려 후반부에는, Discord에서 메인테이너분들과 나눈 대화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Github 의 thread 에 정리를 해두어, 이후 미래의 다른 컨트리뷰터들과 이런 결과물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공유하려고 했다.

이직 준비 (진행형)

24년 말에는 이직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취준생이었다면, 취업 준비만 하면 되는데 회사 다니랴 이직하랴 참 쉽지 않았다. 얼핏 생각해보면 “풀타임으로 취준비하는 사람도 있는데 하루에 4시간 가지고 되겠어?” 라는 비관적인 생각도 간혹 들었지만, 이런 잡다한 생각들을 뒤로 하고 나는 아래 두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이직을 준비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꾸준함의 힘

나는 꾸준함의 힘을 믿는다. 꾸준함의 힘이란 매일 무언가를 하면, 언젠가는 그 일을 잘하게 되는 일종의 마법 같은 힘이다. (근거는 없다. 내 믿음이다.) 중요한건 하나의 일을 몰아서 많이 하는게 아니라 30분을 하더라도 매일 하는 것이다. 나는 코테에 항상 자신이 없었기에 매일 아침마다 최대 1시간 30분 동안 백준과 프로그래머스를 풀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1시간씩 해서 실력이 언제 늘까 내심 걱정을 했지만, 그냥 묵묵히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주말에는 기업 코딩 테스트를 2주에 한 번꼴로 보고, 복기하고 리뷰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었다. 면접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이번 하반기에 모 대기업 면접에 갔는데, “본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물어봤다. 이때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라고 답했다. 마침 하반기 첫 면접이라 많이 절었던 면접이었고 그 때 면접관님이 지은 알 수 없는 미소는 나를 낙담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 면접에서 나온 질문들을 복기하고, 답변을 글로 정리하고, 말로 뱉는 연습하고. 그리고 실전 면접도 기업을 가리지 않고 약 2주일에 한 번꼴로 갔다. 3개월쯤 지나니 대부분의 질문들은 얼추 한번쯤 접해보았고, 거의 마지막에 본 면접에는 “말씀을 굉장히 잘하시네요” 라는 말도 들었다. (아마 자신감을 주기 위한 면접관님의 전략일 것이다.)

이터레이션 돌기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있다. 린스타트업이라는 책의 표지인데 대학교때 한 스타트업 강의에서 강사분께서 알려주신 책이다. 내용은 안봤다. 린스타트업의 핵심은 빠른 속도, 피드백, 반복 이다. 즉, 제품을 MVP로 빠르게 출시하고,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그림이다. 취업/이직 아니, 모든 것이 이 원칙대로 돌아간다라고 생각한다. 개발자의 취업 프로세스는 서류, 코테, 기술 면접, 컬쳐 면접으로 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하고 최종합격을 받으면 그때가 하나의 사이클인 것이다. 그리고 풀사이클을 돌았을 때 비로서 일종의 관성 즉, 자신감을 갖게 된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한번의 사이클이 끝났다고 안주하거나 포기하면 안된다. 최종 목표가 있다면 여기서 다음 사이클을 돌아야 진정한 사이클의 의미가 있다. 이번 하반기에 나는 병렬적으로 약 10개 이상의 사이클(서류 탈락 제외)을 병렬적으로 돌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2개의 사이클을 완주하는 것을 성공했다.

정규직에서 인턴으로

완주한 사이클 중에 하나는 네이버 랩스의 프론트엔드 인턴 포지션이다. 규모가 있는 곳에서 다양한 개발자와 협업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에 가장 가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였고, 정말 운이 좋게 2달이라는 긴 사이클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비록 인턴이지만, 6개월이라는 나름 짧지만은 않은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이직 과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나의 루틴은 오늘도, 내일도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날까지 계속된다.

2025년 계획

2025년도에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 잠깐 정리만 하고 이번 글은 마무리하겠다. 몇 가지 올해 초 업데이트된 사실은 Yorkie 에 올해 Leads 로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CRDT 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어,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내 스스로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참여하게 되었다. 이직 준비로 잠시 부진해진 나의 기여를 끌어올리고, 가능하다면 25년 OSCCA 멘토로 참여하여 내가 받았던 좋은 경험을 되돌려 주고 싶다.

정리해보자면

• 인턴 최선을 다해서 많은 경험 쌓기 (당연하지만)
• Yorkie 기여 재개 (멘토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기)
• 글또 10기 활동 - 2주일에 한번은 글 쓰기
• 1. Frontend 깊이 파기 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기
• 알고리즘 문제 매일 1시간씩 풀기
• 목표하는 곳으로 취업하기